사냥을 간 스탈린이 자고새 스물네 마리를 발견하는데, 총알이 열두 개밖에 없다.
열두 마리를 쏘아 죽인 다음 총알을 가지러 13킬로미터를 왕복하는데, 돌아와 보니 남은 열두 마리가 그대로 있다. 이 경험을 스탈린이 자신의 동지들에게 이야기해 준다.
하지만 이 이야기를 듣는 동지들 모두 웃지 않고 입을 꾹 다문다. 모두들 스탈린의 이야기가 ‘웃자고 한 농담’이 아니라 ‘역겨운 거짓말’이라고 생각한다. 스탈린의 농담은 “아무도 웃지 않는 장난”이 되어 버린다.
쿤데라의 첫 번째 소설 ‘농담’에서, 농담이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한 남자의 이야기가 나왔다면, 어쩌면 그의 마지막 소설이 될지도 모를 ‘무의미의 축제’에 등장하는 이 스탈린의 일화는 이제 ‘농담’이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넘어서, ‘거짓말’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대해 이야기한다.
현대를 살아가는 네 남자의 이야기 사이에서 어쩌면 기이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이 역사적 일화를 통해 쿤데라는 하나의 농담조차에도 진지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시대의 무거움, 그 비극성과 마주하는 태도로서 ‘무의미’를 이야기한다.
결국 우리 인간 존재의 삶이 아무런 의미 없음의, 보잘 것 없음의 축제이며 이 ‘무의미의 축제’야말로 우리가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. 그것이 우리의 시대라고. 쿤데라는 말한다. “우리는 무의미를 사랑해야 한다”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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